미국 상공에 등장한 ‘종말의 날 비행기’ 정체

미 해군의 E-6B 머큐리 핵공중지휘통제기 자료사진. 미 전략사령부 제공
미 해군의 E-6B 머큐리 핵공중지휘통제기 자료사진. 미 전략사령부 제공


미국 상공에서 일명 ‘종말의 날 비행기’로 불리는 군용기의 비행 모습이 확인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0일(현지 시간) “전날 오전 미 해군의 ‘종말의 날 비행기’가 미국 중서부 핵 사령부 기지를 선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종말의 날 비행기’는 보잉 707을 개조한 E-6B 머큐리로, 유사시 공중에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지휘한다. 미군의 대표적인 핵전쟁용 공중 지휘통제기로, E-4B(나이트 워치)와 함께 ‘종말의 날 비행기’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10일 오전 항공기 궤적을 추적하는 사이트인 에어내브 레이더(Airnav Rader, 이하 에어내브)에는 E-6B 머큐리가 오클라호마주(州)에 있는 미 국방부 최대 시설인 팅커공군기지를 출발해 오퍼트공군기지가 있는 오마하 주변에서 약 7시간 비행한 뒤, 다시 오클라호마로 돌아갔다.

현지 시간으로 10일 오전 미 해군의 ‘종말의 날 비행기’가 미국 중서부 핵사령부 기지를 선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에어내브 레이더 제공
현지 시간으로 10일 오전 미 해군의 ‘종말의 날 비행기’가 미국 중서부 핵사령부 기지를 선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에어내브 레이더 제공


에어내브에 표시된 항공기 이동 경로 지도는 E-6B 머큐리가 같은 항로를 여러 차례 선회하다가 기지로 돌아간 모습을 담고 있다.

같은 날, 또 다른 E-6B 머큐리 세 대도 오클라호마 털사와 텍사스주의 댈러스, 메릴랜드주 등을 1시간가량 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핵 공격 수행 능력을 갖춘 E-6B 머큐리는 궤도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추적 신호를 끄고 운행하지만, 추적 데이터를 고의로 노출하는 경우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해석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20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E-6B 머큐리 두 대가 ‘공개적으로’ 북미 상공을 비행했다. 이는 대통령의 부재에도 여전히 미국은 건재하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일종의 경고 비행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시작한 지 나흘이 지난 2022년 2월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공격을 언급하자 미 서부 해안선에서 E-6B 머큐리의 비행이 확인됐다. 당시에도 E-6B 머큐리의 공개 비행은 핵전쟁을 운운하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경고로 해석됐다.

이번 비행의 목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종전을 압박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추측된다.

미 해군의 E-6B 머큐리 핵공중지휘통제기 자료사진. 위키미디어 제공
미 해군의 E-6B 머큐리 핵공중지휘통제기 자료사진. 위키미디어 제공


한편, E-6B 머큐리가 한반도에서 대북·대중 정찰을 위해 비행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11월 한반도와 일본 혼슈 상공에서 E-6B 머큐리가 식별됐다. 제이크 설리번 당시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곧 7차 핵실험 및 ICBM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할 것을 우려했고, 이에 따라 E-6B 머큐리와 미 해군 전략핵잠수함이 한반도 주변에 배치됐었다.

1980년대 말 이후 미 해군은 E-6B 머큐리 16대를 보유하고 있다. E-6B 머큐리가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전달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E-6B 머큐리 즉 ‘종말의 날 비행기’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관심이 쏠린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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