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눈이 3개…5억 2000만 년 전 곤충의 비밀 [와우! 과학]
입력 2023 09 02 16:44
수정 2023 09 02 16:44
하지만 5억 년 이전의 캄브리아기에는 5개 눈을 지닌 범절지동물이 존재했다. 초기 절지동물과 근연 그룹들은 이 시기에 온갖 진화적 실험을 통해 다양한 형태를 만들었는데, 이 가운데 일부 살아남은 무리들이 곤충 같은 현대적 절지동물의 조상이 됐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살아남아 현재 같은 절지동물로 진화했는지는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 최근 중국과 영국의 국제 과학자팀은 이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했다. 2020년 중국 윈난성에서 발견된 킬린시아(Kylinxia)는 몸길이 5㎝에 불과한 새우 같은 작은 생물이지만, 입 앞에 한 쌍의 날카로운 가시 같은 부속지와 다섯 개의 눈을 지닌 포식자로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킬린시아는 초기 절지동물 그룹의 일부처럼 보였지만, 지층에 눌린 화석만으로는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다만 킬린시아는 결국 후손 없이 멸종한 고대 범절지동물의 일종으로 생각된다. 이 시기에 다섯 개의 눈을 지녔던 오파비니아 역시 후손 없이 사라지고 캄브리아기 이후 살아남은 절지동물군은 삼엽충이나 바다전갈처럼 눈에 두 개인 생물이었다.
이런 점을 볼 때 자연은 좀처럼 낭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두 개만으로도 충분하다면 하나라도 더 지니는 것은 낭비이기 때문이다. 거미도 주로 가운데 눈이 두 개가 주로 보는 기능을 담당하고 측면과 위에 있는 작은 홑눈은 위협과 움직임을 감지하는 데 쓰인다. 그리고 그마저도 눈에 많이 필요 없는 환경에서는 숫자를 줄인다.
5억 년 캄브리아기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해 모든 가능성을 실험했다. 우리가 지금 보는 생물의 기본적인 구조는 이때 수많은 형태 가운데서 생존에 필요한 최적의 형태로 선택된 것들이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