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잼 사이언스] 쥐라기 시대 어룡도 경쟁 대신 상생 택했다
박종익 기자
입력 2022 10 13 10:27
수정 2022 10 13 10:27
예를 들어 기린은 땅에 난 풀을 가지고 다른 초식동물과 경쟁하는 대신 남들이 먹기 힘든 나뭇잎을 먹기 위해 목이 길어지는 방향을 택했다. 주로 낮에 사냥하는 동물과 밤에 사냥하는 동물처럼 시간대를 나누는 방법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상생의 지혜가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어졌다는 증거를 여럿 발견했다. 예를 들어 쥐라기 어룡도 경쟁 대신 상생을 선택했다.
어룡(Ichthyosaurs)은 돌고래를 닮은 중생대 해양 파충류로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형태로 진화하는 수렴 진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모든 어룡이 돌고래처럼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잡아먹기 편한 긴 주둥이를 지녔던 것은 아니었다. 브리스톨 대학 과학자들은 영국 스트로베리 뱅크의 1억 8500만년 전 쥐라기 지층에서 넓은 주둥이를 지닌 어룡을 발견했다.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다른 어룡은 핀셋처럼 긴 주둥이를 갖고 있어 작고 빠른 물고기나 연체동물을 잡아먹는 데 유리했다. 반면 뭉특하고 단단한 입을 지닌 어룡은 무는 힘이 매우 강해서 단단한 껍질을 지니고 있지만 속도는 느린 먹이를 잡는 데 유리했다. 따라서 다른 어룡과 먹이를 두고 경쟁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먹이에 따라 특화된 종들이 등장하면 생물학적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생태계는 더 풍요로워진다. 같은 먹이를 두고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개체수도 더 많아지고 환경 변화에도 강해진다. 이런 자연의 지혜는 수억 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