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줄무늬 스웨터를 입은 자화상’(Self-Portrait With Striped Pullover,1940~1943)은 그가 삶의 끝자락에서 완성한 자화상이다. 머리카락이 없는 자신의 모습과 투명한 신체, 측면을 바라보는 그림자 등 ‘도플갱어 모티브’를 이용해 곧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작품이다.
이 자화상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드바르 뭉크 특별전 ‘비욘드 더 스크림’을 위해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뭉크미술관에서 대여한 작품이다. 전시회는 지난 5월 22일 개막했으며, 오는 9월 19일까지 열린다.
이은경 도슨트(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는 “서울 전시회에는 뭉크가 그린 80여점의 자화상 가운데 뭉크 인생에 있어 큰 의미가 담긴 3점의 자화상을 볼 수 있다”면서 “이 자화상은 19살 때인 그린 ‘자화상’(1882), 32살 때 남동생이 죽은 직후 그린 ‘팔뼈가 있는 자화상’(1895)와 함께 뭉크 인생에 있어 큰 의미가 담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도슨트는 지난 5월 뭉크미술관을 방문해 톤 한센 관장과 전시·컬렉션 부문장인 카스페르 테글레고르 코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줄무늬 스웨터를 입은 자화상’은 뭉크가 1916년 오슬로 외곽의 에켈리에 스스로 고립된 상태에서 살며 그린 작품이다. 뭉크의 노년을 엿볼 수 있는 특유의 모더니티를 잘 보여 준다.
‘지옥에서의 자화상’(1903) 등 이전의 자화상에서는 그림자가 알수 없는 불안을 상징하며 인물을 뒤에서 덮치듯이 표현됐지만 ‘줄무늬 스웨터를 입은 자화상’에는 검은 그림자가 보이지 않으며, 더 이상 인물을 덮치지 않는다.
이 도슨트는 “‘줄무늬 스웨터를 입은 자화상’에서는 인물이 정면을 응시하는 반면, 오히려 푸른색의 그림자는 별도의 개체로서 측면을 향하고 있다”면서 “말년의 뭉크가 평생 자신을 지배해 온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고 오히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이러한 두려움과 불안을 암시하는 그림자를 별개로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화상은 마치 삶과 죽음에 대해 평생 불안과 두려움에 쫓기던 초년과 중년의 뭉크에게 말년의 뭉크가 현재가 고통스럽고 미래가 불안하더라도 지금을 망치지 말고 현재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라고 답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