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노+] 중생대 도요새?…긴 부리를 지닌 익룡 발견
박종익 기자
입력 2020 10 31 11:03
수정 2020 10 31 11:03
하지만 현생 조류와 마찬가지로 중생대 익룡의 크기와 형태 역시 매우 다양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100여 종의 익룡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전투기와 비슷한 날개폭을 지니고 있지만, 작은 것은 참새만 했다. 이들의 생활 방식이나 먹이 역시 크기 차이만큼 다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익룡 화석은 대부분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이들이 중생대에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뼛속이 비었을 뿐 아니라 매우 얇아 화석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포츠머스 대학 연구팀은 최근 모로코의 백악기 후기 지층인 켐 켐(kem kem) 지층에서 소형 익룡이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화석을 발견했다. 신종 익룡인 렙토스토미아 베가엔시스(Leptostomia begaaensis)는 긴 주둥이에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일반적인 익룡과 달리 길고 뾰족한 핀셋 같은 주둥이를 지녀 연구팀은 처음에 익룡 화석이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화석을 자세히 분석한 연구팀은 이 화석의 주인공이 지금까지 보고된 적 없는 독특한 주둥이를 지닌 익룡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렙토스토미아는 칠면조와 비슷한 크기의 소형 익룡으로 현생 조류 가운데 도요새, 키위와 가장 비슷한 부리를 지녔다. 렙토스토미아는 도요새처럼 갯벌이나 물 위에서 긴 부리를 이용해서 작은 벌레나 갑각류를 잡아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복원도 참조) 이런 먹이는 현재는 물론이고 중생대에도 매우 풍부했기 때문에 이는 현명한 생존 전략이었을 것이다. 중생대판 도요새가 백악기에 번성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영화에 묘사된 것과는 달리 거대한 익룡도 목은 길고 가느다란 편이어서 공룡처럼 큰 먹이는 삼키기 힘들다. 따라서 주된 먹이는 물고기나 작은 동물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크기가 작은 익룡의 경우 정확히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아마도 현생 조류처럼 먹이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렙토스토미아의 발견은 막연한 추정을 과학적 증거로 검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과학은 이런 과정을 거쳐 발전하는 법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