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과학] 1만 4000년전 털코뿔소, 사냥 아닌 지구온난화로 멸종
송현서 기자
입력 2020 08 14 10:55
수정 2020 08 14 13:31
털코뿔소는 플라이스토세에 아시아와 유럽 북부 초원에 서식했던 코뿔소의 일종이다. 마지막 빙하기에 살아남았지만 현재는 멸종된 상태이며, 현존하는 코뿔소보다 몸 전체에 두껍고 긴 털이 있다.
플라이스토세의 거대 동물군에 속하는 털코뿔소의 멸종 원인은 학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했는데, 최근까지는 당시 고대 인류의 사냥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스웨덴 고생물유전학연구소는 시베리아 북동쪽에서 찾은 털코뿔소의 DNA를 분석한 결과, 멸종 원인은 고대 인류의 사냥보다는 기후변화에 더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5만~1만 4000년 된 털코뿔소 14마리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가적으로 분석한 결과 멸종 전까지 개체 수 및 유전적 다양성은 매우 높았다. 이것은 아마도 멸종 직전 개체 수 감소가 수백 년 안에 매우 빠르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암시하며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지구온난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털코뿔소의 멸종은 1만 4700년으로 알려진 온난화 기간과 동시에 발생했으며, 이는 기후변화가 멸종의 원인임을 시사한다”면서 “당시 시베리아는 여전히 추운 지역이었겠지만, 온난화로 인해 털코뿔소가 먹는 먹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를 이끈 로브 달렌 박사는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급격한 기후온난화가 종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류는 날카로운 도구로 털코뿔소를 멸종시켰다는 ‘의혹’에서 벗어났지만, 현재 인류가 엄청난 규모로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현존하는 생물들이 엄청난 위험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털코뿔소의 후손 격인 수마트라 코뿔소는 현재 전 세계에 8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북부흰코뿔소는 암컷 두 마리만 남아 이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셀(Cell)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