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과학] 우주여행 정말 괜찮을까…몇 달간 체류하면 뇌 부풀어 치매↑
윤태희 기자
입력 2020 04 16 17:35
수정 2020 04 16 17:35
미국 텍사스대 휴스턴 건강과학센터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비행센터 등 연구진이 우주 비행사 11명(여성 1명)을 대상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체류하기 전후와 귀환 뒤 1년간 정기적으로 뇌 MRI 검사를 수행했다.
연구를 이끈 텍사스대의 래리 크레이머 박사는 “혈액과 뇌척수액은 중력이 미세할 때 하체 쪽으로 쏠리지 않는다”면서 “뇌로 이런 유체가 이동하는 현상은 눈과 뇌 부위에서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메커니즘(기전)들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전에 실제로 아무도 확인하지 못한 우주비행 전에서 후까지 뇌의 백질 부피가 상당히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백질의 팽창은 사실 비행 후 뇌와 뇌척수액을 결합한 체적이 가장 많이 증가한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검사는 또 뇌하수체에도 변화를 준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완두콩 크기의 내분비기관으로 뇌하수체에서 성장부터 체온 조절에 이르기까지 신체에 중요한 호르몬들의 분비를 총괄하는 매우 중요한 곳인데 손상되면 회복 가능성이 낮다.
연구진에 따르면, 뇌하수체는 우주비행 전보다 후에 그 상하 길이가 줄어들어 더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뇌하수체의 반구형 윗부분은 미세 중력에 노출되지 않은 우주 비행사들에게서 주로 볼록하게 나타나지만 우주비행 뒤에는 평탄화하거나 오히려 안으로 조금 들어가 오목해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유형의 변형은 높아진 내압에 노출되는 것과 일치한다고 크레이머 박사는 설명했다.
이들 연구자는 또 뇌척수액이 우주비행 전보다 더 빨리 뇌를 통해 흘러가는 것을 관찰했다.
이런 결과를 연구진은 뇌수종(수두증)과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수두증은 뇌실 안이나 두개강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뇌척수액이 고이는 질병으로, 우주 비행사가 아닌 일반인들에게서도 나타난다.
뇌 기능의 저하 등 수두증에 관련한 증상들 역시 지금까지 우주 비행사들에게서 관찰된 적은 없었다.
이들 연구자는 현재 인류가 이웃 행성인 화성으로 9개월 또는 그 이상의 여행을 하기 전 우주선에서 체류하는 동안 겪을 미세 중력의 영향에 대응하는 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이 조사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인공 중력인데 이는 사람을 앉거나 엎드린 자세에서 회전하도록 하는 커다란 원심분리기를 사용해 만들 수 있다.
또다른 방법은 우주에서 유체가 머리 방향으로 흐르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하지에 음압을 가하는 기술을 조사하고 있다.
크레이머 박사는 이 연구가 우주비행이 아닌 다른 환경 조건에서도 신체가 변하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일반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는 “만일 우리가 우주 비행사들에게 뇌실의 확대를 야기하는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개발할 수 있으면 이런 발견 중 일부는 정상 압력 상태에서 나타나는 수두증 등 다른 관련 질환을 지닌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북미 영상의학학회(RSNA·Radiological Society of North America) 학술지 ‘영상의학’(Radiology) 최신호(14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